캐릭터 상품에 관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특정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유의 대다수가 ‘앙증맞고 깜찍하며 세련된 디자인’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캐릭터 디자이너들은 예쁘고 귀엽고 독특한 외모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애쓴다. 정말로 캐릭터의 성공은 디자인에 달려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캐릭터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그 캐릭터를 얼마나 ‘살아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있다.
인간은 상상의 동물이다. 무생물인 나무나 바위, 산이나 바다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할 줄 안다. 인간이 아닌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인간처럼 생각하는 ‘의인화(personification) 기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그 대상은 자연물이었으나 이제는 공장에서 만든 상품으로 탈바꿈한 것뿐이다. 어린 아이들은 헝겊으로 만든 테디 베어를 데리고 자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비 인형과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어른보다 어린아이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커서도 어린 시절 의인화 대상에 대한 애착은 버릴 수 없다. 캐릭터가 그려진 컵에 물을 마시고, 캐릭터를 새긴 가방을 들고 다니며 심지어 자신의 PC와 휴대전화 화면에 24시간 그 캐릭터를 띄워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몇 년 전 캐릭터 소비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소비자의 뇌를 촬영한 적이 있다. 캐릭터를 볼 때 소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캐릭터 사진을 보여주며 소비자의 뇌 사진을 찍은 것이다. 100개의 캐릭터를 보여준 결과 어떤 캐릭터는 소비자에게 ‘살아 있으며’ 어떤 캐릭터는 그렇지 않았다. ‘살아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었을 때 소비자의 뇌는 마치 오랜 친구나 가까운 친척의 얼굴을 보여주었을 때와 똑같이 반응했다.
그 캐릭터들은 모두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었다. 원래는 쥐나 곰 혹은 오리 등 동물이지만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람처럼 울고 화내고 소리 지르고 거짓말하고 웃고 장난치고 연애하는 모습을 반복 시청하다 보면 어느새 그 캐릭터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미키마우스를 쥐가 아니고 사람으로 만드는 전략, FTA환경에서 캐릭터산업이 고민해야 할 새로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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